콘크리트 건물 옥상에 숨겨진 시크릿가든 서울대 35동 옥상정원 이야기

하늘과 산을 마주한 옥상정원

서울대에는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야만 진입 가능한 이색 정원이 있다. 콘크리트 건물 위에 숨겨진 비밀의 녹화 공간, 바로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부 35동의 ‘옥상정원’이다. 위로는 하늘이, 아래로는 산세가 펼쳐진 이곳은 옥상 특유의 삭막함 대신 파릇파릇함이 가득하다.

마치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연상시키는 신개념 옥상정원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의 아이디어. “오랜 기간 환경 친화적인 물·에너지 관리에 대해 고민해왔어요. 연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땐 옥상에 올라가 마음을 가다듬곤 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옥상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그대로 활용할 순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 교수의 영감을 반영한 기술공학적 선도 모델로서 작년부터 시공된 옥상정원의 첫 개장일은 지난 식목일. 한 교수와 학생들은 옥상을 6개의 구역으로 나눠 꽃밭, 나무 정원, 잔디밭, 텃밭 등으로 다채롭게 조성했다. 총 면적 840㎡, 170톤의 자체 저류량을 보유한 옥상정원은 지상의 홍수피해를 방지하는 것 외에도 물 부족 해소, 열섬현상 완화 등의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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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은 간단하게, 활용은 다양하게

다양한 효능에 비해 옥상정원의 시공방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우선 울타리를 만들 듯 평균 20cm 정도 높이로 경계석을 세우고 방수처리를 한다. 그 다음 하중을 고려해 플라스틱 배수판을 깔아준 뒤 흙을 덮으면 작업 완료. 식재를 제외한 주요공정은 작년 겨울 최악의 날씨 속에서도 채 열흘이 안 걸렸다고. (시공비용 약 2억 원, 공사비 50% 서울시 지원, 나머지 사비부담)

시공 후 장기적인 운영비용은 상당부분 자연이 해결해준다. 햇빛도, 빗물도, 바람도 모두 공짜. 비료 역시 특별히 설치한 ‘소변용 변기’에서 자체 충당한다. 김용우 학생(건설환경공학부 석사과정, 12)은 “질소와 인을 포함한 사람의 대소변이 하천에 방류되면 조류현상을 발생시킨다. 그런데 이를 별도로 관리하면 하수처리장의 부하를 막고 친환경 작물재배도 가능하다”며 “이 건물 사람들은 화장실 가는 것만으로도 자연을 돕는 셈”이라 전했다.

또한 옥상정원은 살아있는 연구실험실로도 활용된다. 옥상정원은 구획별로 토심과 배수기술이 세분화되어있으며, 곳곳에 유량계, 우량계, 온도센서 등이 설치되어 빗물 저류 및 냉난방비 절감 효과가 수시로 관측된다. 김현우 학생(건설환경공학부 석사과정)은 “옥상정원에서 관측된 데이터로 논문을 준비 중”이라며, “옥상녹화사업 홍보를 위해 데이터를 온라인상에 공개해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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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관리의 사회적 책임

기술공학적 효능 외에도 옥상정원이 갖는 중요한 가치는 바로 사회 관계망의 확장. 건설환경공학부 학생들 20여 명은 동아리 ‘우비(우리들의 빗물이야기)’를 만들어 친목을 다지며 정원을 공동 관리한다. 장한메 학생(건설환경공학부 12)은 “옥상이 광장 같은 열린 공간이 되면서 까마득하기만 했던 석박사 선배들과 부쩍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또한 김정현 학생(건설환경공학부 석사과정)은 “대화를 통해 개선점도 공유한다”며 “여름 태풍을 대비한 대나무 울타리, 미관 조성을 위한 정자 등의 추가 설치를 논의 중”이라 밝혔다.

총 6개의 구획 중 텃밭으로 조성된 영역은 일반학생들과 학교 교직원 및 관악구 주민들에게도 분양된 상태. 딸과 함께 텃밭을 분양받은 초보 도농 신소영씨(관악구 주민)는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와 같은 시민단체의 소개를 통해 분양 소식을 접했다”며 “옥상녹화사업이 학교 밖으로도 확장되어 도시인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반가운 소풍을 나온 것처럼 옥상정원을 찾은 사람들 속에서 한 교수는 빗물 연구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했다. “기술성과 경제성, 사회성을 접목한 옥상정원이 빗물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산을 깎아 들어선 서울대가 다시 모두를 위한 친환경캠퍼스로 거듭날 수 있도록.” 그의 바람처럼, 옥상정원이 더 이상 35동만의 ‘시크릿’이 아니게 될 순간을 기대해본다.

 

자료:서울대학교